100일글쓰기 77

[100일 글쓰기] #19 작가노트

"나는 그림을 그릴 때마다 그림 그리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작하기 전에 의자에 앉아 그림을 째려보며 한참을 있다 지치면 잠을 자기 시작한다. 한 두 시간 자고 일어나면 내가 아무것도 하지않고 벌써 몇 시간이 흘러가서 시간은 돈이라고 속으로 말한다. 마지못해 일어나 그림을 끌적거리면서 발작적으로 비명을 가끔 지른다. 어쩌다 영감이 떠올라 기분이 좋을 때도 비명을 지른다. 그것은 그림 그리기가 졸라게 어렵기 때문이다." 10년쯤 전 박이소씨 유작전에 갔다가 그의 작업노트에 있던 글을 발췌해 옮겨놓았다. 사진을 통해 본 작가는 모범생의 외모를 가졌기에 다소 과격한 표현이 의외였다. 작가라는 사람의 작업노트에 휘갈기듯 고백한 그림 그리기의 어려움에 위안을 받았다. 글쟁이는 아니어도 내 생각을 담은 똑..

[100일 글쓰기] #18 선거홍보

요즘의 화재라면 단연코 대선이다. 홍보 방식도 2012년 대선과는 확연히 달라짐을 느낀다. 어제는 SNS에서 문재인 1번가라는 쇼핑몰이 보였다. 쇼핑 1번가를 카피한 듯한 문재인 1번가. 도메인도 moon1st.com이다. 쇼핑몰 타이틀도 내 삶을 바꿔주는 정책쇼핑몰인데 판매 상품이 최순실이 없는 나라, 치매 앞에 국가 있다, 청년일자리 예약석 등 공약을 상품으로 디자인해 선보인다. 참신한 기획이 돋보여서 문재인 공식 사이트를 들어가 봤다. 역시, 사이트도 신선하다. 국민통통 문재인, 와글바를 문재인, 덜컹덜컹 문재인, 앗싸 문재인, 아하 문재인, 오호 문재인, 덩더쿵 문재인으로 네이밍한 것도 시선을 잡는다. 모조리 클릭해서 보고 싶다. 또한 유저 참여형 콘텐츠로 이뤄져있다. 그러다 보니 사이트에 머무는..

[100일 글쓰기] #17 네이버 지식인에 없는 직업

매월 고교생을 위한 토크쇼를 운영한다. 나는 초기 컨셉을 만든 기획자이다. 토크쇼명은 '호모쿵푸스'로 공부하는 인간을 뜻한다. 흔히 공부는 점수와 성적으로 인식되는데 한자로 공부(工夫)는 장인 공자에 아비부. 즉 장인이 되는 과정을 뜻한다. 중국에서는 이를 쿵푸로 읽는다. 쿵푸는 몸을 쓰는 장인인 셈이다. 매월 그렇게 호모쿵푸스를 초대한다. 대상은 성적이 아닌 자기만의 공부를 해낸 사람이다. 특히 자신의 업을 창직한 사람들을 주로 초대한다. 이달에 만난 게스트는 아이디어디렉터 안다비씨였다. 막연히 누군가를 감동시키고 싶었던 소녀는 파티플래너라는 직업을 알게된다. 고3때 담임선생님에게 손재주로 뭔가를 만들고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직업을 갖고 싶은데 그건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냐는 질문을 했는데 난감해하던..

[100일 글쓰기] #16 곁가지 잘라내기

주말인 오늘 태안에 있는 천리포 수목원에 갔다. 운이 좋아 조경전문가에게 숲해설을 들을 수 있었다. 천리포 수목원은 푸른 눈의 이방인 故민병갈 설립자(Carl Ferris Miller, 1921~ 2002)의 평생 역작으로 서해안의 태안반도 만리포 해변 옆 천리포라 불리는 해변 마을에 자리한 우리나라 최초 사립 수목원이다. 20만 평에서 단 2만평만 개방한다. 나머지 18평의 숲은 일반인들의 눈엔 그저 일반적인 산으로 보인다는데 전문가들의 눈엔 단위 식물의 군락지로 체계화되어 있다고 한다. 목련의 군락지, 진달래 군락지 등으로. 종료시간까지 단 한시간이 주어져 우리는 서둘러야했다. 멸종직전의 식물이거나 희귀종을 중심으로 설명을 들었다. 그중에 눈에 들어온 나무가 있었다. 5미터는 족히 되보이는 침엽수인데..

[100일 글쓰기] #14 질문의 힘

우연히 유투브로 충남도지사 안희정과 김어준 총수가 등장한 영상을 보았다. 2010년 충남도지사에 출마하는 안희정을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인터뷰를 했는데 그 당시 안희정이 펑펑 울었다는 회고가 있었다. 도대체 중년 남성을 ,그것도 도지사에 출마하겠다는 후보자가 인터뷰하면서 펑펑 울었다니 무슨 일이었을까? 김어준이 집요하게 한가지 질문을 했다는데, 그 질문이 결국 안지사의 눈물을 터뜨렸다고 한다. 안지사는 2004년 11월 26일, 노무현 후보 캠프의 불법 대선자금수수의 총책임자로 징역 1년을 받고 감옥에 갔다. 질문의 요지는 노무현 때문에 감옥 갔고 이후 어떤 보직도 없이 야인으로 보낸 세월이 억울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의례적으로 정치적인 답변을 하다가 같은 질문을 네번째 받을 때부터는 최면에 걸린듯 ..

[100일 글쓰기] #13 마음을 경청한다는 것

오늘 엄마를 모시고 치과에 방문했다. 엄마의 치아는 치주질환을 동반한 심각한 상태로, 수십 년을 치과 가기를 두려워하며 방치하다가 치아를 모조리 빼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어서 작년에 대대적인 치료를 시작했다. 큰 수술이라 몇 군데 병원을 찾던 중 멘토 코치님께 치과선생님 한 분을 소개받았다. 치과를 운영하는 치과의 이기도 하고 코치이기도 했다. 엄마는 극심한 치과 공포증을 가졌는데, 그렇기 때문에 치아가 이 지경이 되도록 치과를 못가셨던 거였다. "치과가 무섭다고 하셨는데, 어떤 무서움이 있나요?""드릴로 잇몸을 다 뚫고, 피가 많이 날거고""네, 그러고요?""혈압도 떨어질거고.""네, 혈압이 떨어지고, 또요?""드릴이 입 안으로 들어와, 이빨이 부러져 튕겨 나갈 것 같고.....

[100일 글쓰기] #12 애플 브랜드 경험

나는 맥북을 쓴다. 대한민국에서 맥북을 쓴다는 건 꽤 번거로운 일이다. 인터넷 뱅킹, 인터넷 쇼핑 결제에서 꽤 큰 장벽을 만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을 쓰는 이유는 아름답기 때문이다. 외적인 아름다운 뿐 아니라 사용자 경험이 기가막힌다. 맥북 특유의 키감, 터치패드의 민감함 그리고 소프트웨어의 디자인까지. 아직도 기억난다. 맥북이 해외배송으로 배달된 날 제품상자를 오픈하던 설레임. 자그마한 상자에 자투리라곤 하나도 없는 완벽한 구성. 상자조차도 쓰레기가 아닌 작품이었다. 아이폰이 시작이었다. 내 첫 스마트폰은 아이폰 이었고 앞으로도 스마트폰은 아이폰일 것이다. 늘 사용하던 이어폰을 잃어버렸다. 이동할 때 두 손이 자유롭게 팟캐스트를 듣거나 통화를 한다. 며칠 이어폰의 부재를 절실히 느꼈다. 애..

[100일 글쓰기] #11 서편제

중3 졸업을 앞두고 졸업식 날을 기다리며 오전등교만 하던 며칠이었다. 뚜렷한 목적이 없는 등교였기에 당연히 면학분위기 따위는 있지도 않았다. 선생들도 아이들의 소란을 굳이 잠재우지 않고 넘기는 기간이었다. 학교에서는 교육적인 영화를 의례적으로 틀어주었는데 교실 앞 천장에 매달린 TV브라운관 에서는 쉴새업이 교양 영화가 상영 되곤 했다. 그렇게 몇 개의 교양 영화를 몇편을 봤는지 영화가 나오긴 했는지, 무심히 시간을 보냈다. 어느날 눈에 들어온 영화가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였다. 50여명이 떠드는 가운데 나만 유독 귀를 귀 울이며 그 영화에 집중해 봤던 것 같다. 문학 소녀이기도 했던 나였는데, 소설가 이청준의 소설을 찾아 읽는데 재미를 붙였을 때였다. 그리고 아무래도 저 영화 내용이 이청준의 소설과 닮았다..

[100일 글쓰기] #10 코칭의 전제

지난주는 마음이 무척바빴다. 일요일에 코칭강의를 시연해야했기 때문이었다. 평소 자존감의 작동방식에 관심 있었던 나는 강의의 주제를 자존감으로 잡았다. 자존감의 원리, 드라마의 인물로 보는 자존감의 상태, 자존감을 헤치는 요소,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할수 있는 활동을 흐름으로 구성했다. 자존감 코칭 강의를 해야하는 나는 아이러니 하게도 강연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두려움을 극복할 방법은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직접봐야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여러 전문가들이 말해왔지만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무의식적으로 항상 무관심한 관객을 그리고 두려워 했던 것 같다. 발표 당일이 되었다. 스킬이 들어가지 않은 심플하고 정직한 발표였다. 나는 중간중간 말을 더듬어가며 청중들의 반응 하나하나를 솜털로 느끼며 긴장된 시..

[100일 글쓰기] #9 내 갈길을 가자

요즘 꿈작업이 참 신비롭다. 다음은 꿈의 내용이다. 길을 걷는데 자가용이 내 앞을 막아 서면서 지난다. 화가난다. 차를 손으로 쳤다. 저만치 가던 차가 멈추더니 뒷자석에서 누가 위협적으로 내린다. 내린 사람의 성별은 여자인데 손에 문구용 가위가 들고 나를 위협한다. 혹시 조폭이 나오면 어떻하지?하며 쫄았다가 그 가위를 보고 피식 웃음이 났다. 현실에서의 나는 종종 횡단보도에서 차가 내 앞길을 가로막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때마다 나는 차를 퍽소리 나게 친다. 횡단보도는 엄연히 보행자 우선이니까 그게 안지켜지면 화가 난다. 운전자가 더 우위에 있다고 여기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지 횡단보도에서는 그들이 양보해야 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우회전 신호를 받을지라도. 꿈에서도 내 길을 방해한 차에 화가 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