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110

[100일 글쓰기] #49 중요한 물건

엄마의 상심이 크다. 요며칠 집수리를 하고 하나씩 살림을 정리해가는 중인데 ,오늘 푼 짐에 있어야 할 패물 상자가 없어졌다고 한다. 다른 짐에 딸려 들어갔을 수도 있으니 모든 짐을 정리하기 전까진 너무 상심 말라고 말하긴 했지만 엄마의 상심은 쉽게 잦아들 것 같지 않다. 만약 집에 불이 났을 때, 가족을 다 구하고 나서 꼭 가지고 나와야할 물건이 있다면? 이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딱히 대답할 말이 없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물건이 소중할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 꼭 필요할수 있겠다. 그런 물건은 노트북과 휴대폰인데 중요한 파일은 클라우드에 저장해두니 기계에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내가 값나가는 보석을 모으거나 명품 핸드백을 수집하는 취미도 없다. 친구들에게 받은 편지, 어릴적 사진 그때 작성..

[100일 글쓰기] #44 꿈의 보상기능

꿈의 보상기능 예전 내가 미술학원에서 가르침을 받았던 선생님이 근무하는 입시미술 학원을 찾았다. 대학동기 S가 나를 맞이한다. 대학 때도 열심히 개인 작업을 하던 그녀는 생활을 위해 입시미술 학원에서 일했다. 지금도 그녀는 학원에서 일한다. 이제 작가로서 활동은 접은 듯한 그녀는 나에게 "노동 대비 돈 안되는 일은 안할거야" 라고 말한다. 약간은 몽상적인 기질이 있던 동기와 나였다. 그런 그녀에게서 정확히 '돈 안되는 일'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놀랐다. 선생님은 아직 출근하지 않았다. 동기는 나를 화이트 톤으로 정리된 작은 방으로 안내한다. 나는 그 방에서 선생님을 기다리며 학원다니던 시절을 떠올리며 즐거워 했다. 적성에 맞지 않는 대학을 휴학하고 미술학원에 가서 그림을 그렸다. 매일같이 실력이 느는 행..

[100일 글쓰기] #43 성공한 덕후

성공한 덕후 북서울시립미술관에 산책 갔다. [덕후 프로젝트: 몰입하다]전이 진행중이었다. 덕후는 집 안에 틀어박혀서 취미생활은 하는, 사회성이 결여된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된 일본어 오타쿠에서 유래됐다. 그러나 현재는 특정 분야에 깊은 취미를 가진 전문성을 인정받는 긍정적인 인식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전시는 고성배 작가의 ‘프로젝트 갤러리관’과 나머지 10명의 덕후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 ‘전시실’로 구성되었다. 고성배 작가는 본격 덕질 장려를 표방하는 독립잡지 '더쿠(The kooh)' 편집장으로 덕후에 대한 인식 전환을 시도한다. 전시장 입구에서는 관람자의 덕후 자가진단표를 통해 '수집 덕후’, ‘홀로 덕후’, ‘배회 덕후’, ‘공상 덕후'로 유형을 파악한다. 이후 유형별로 관람동선을 제안한다..

[100일 글쓰기] #40 셀프 재태크

100세 시대다. 일본에선 이미 노년파업이라는 단어가 나온지 오래다. 곧 우리나라도 일본의 뒤를 따를것이다. 그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는데 그런 결과를 맞이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 요즘 같은 시대라면 노년을 위한 투자는 평생 팔 수 있는 개인의 스토리 등의 지식콘텐츠를 쌓는 것과 실질적인부를 위한 재테크 두 가지다. 지금 현재 둘 중 하나라도 안하고 있다면 정말 불안한 미래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재테크엔 영 잼병이라 나에게 투자하기로 했다. 평생 현역으로 살기 위해 공부하기로 했다. 활발하게 강사로 활동을 하다가 어느날 사라진 사람들이 많다. 소문을 들어보면 부동산, 주식, 경매에 뛰어들어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잘 나가던 강사로 살던 사람들이 하나둘 그렇게 사라진다. 그들도 지속적인 경제력..

[100일 글쓰기] #34 잠재적 교육자

대학동기 언니를 만났다. 작가로 살겠다는 결심히 확고했던 사람이었다. 미국 유학을 다녀와 작업을 진행한다. 유학 후 한국에서 대학 강단에 서는 일반적인 절차 대신 다른 일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강의를 하지 않은 이유는 강사가 메인 직업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고 싶었고, 자리를 얻기 위해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이 성향에 맞지 않았고, 강단 인맥을 통하지 않은 채로 작가로서 인정받고 싶어했다. 한 건축가를 만났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은 수상도 여러번 했을 정도로 실력있는 건축가였다. 그런데 그는 본업인 건축 설계보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건축창의체험 교육에 더 신경을 쓰는 사람이었다. 건축의 완성도는 건축주가 누구냐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진다고 한다. 건축주의 안목에 따라 완성도 있는 건축물이 탄생할 수도 있고,..

[100일 글쓰기] #30 마라톤

서울하프마라톤에 참가했다. 몇달 전에 신청했다. 준비는 매일 10분 달리기를 2달여간 주3회 가량 뛴게 전부였다. 마라톤이 있는 주는 나름 고된 일정이어서 피곤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마라톤 당일을 맞았다. 권장하는 스케줄은 대회 3시간 전에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몸을 푸는 거였다. 출발 시간이 8시이니 5시에는 일어나서 꾸역꾸역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인데, 일찌감치 체력 소진으로 뻗는 아는 다음날 나는 6시 반 지인의 전화를 받고서야 후다닥 출발했다. 마라톤은 자기와의 싸움이라는데, 대회의 형식에서는 타인과의 경쟁을 벗어날 수 없다. 나를 앞질러가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혼자 달리던 마라톤이 그리웠다. 대회가 아닌 작은 그룹에서 마라톤을 경험한 이후로, 42.195km 풀 마라톤을 ..

[100일 글쓰기] #29 북청물장수

동네에 등축제가 한창이다. 등 디자인도 다양하다 한켠에는 뽀로로와 친구들이 있고, 어느곳에는 전통산수화를 표현한 설치물이 있다. 물지게 진 북청물장수를 표현한 등 조형물이 보였다. 조선후기 상업이 발달하면서 한양의 인구가 들어났다. 인구증가와 함께 내륙에서 사용할 식수가 부족해지면서 18세기 즈음에 물장수가 등장한다. 이들은 한강에서 물을 길어 필요한 곳에 물을 배달하던 사람들이다. 대부분 함경도 사람들이고 그중에서 북청 사람들이 많았다고 해서 북청물장수라는 말이 생겨났다. 1900년대 초 조선수도회사가 세워지고 상수도 시설이 가정으로 확산되면서 물장수라는 직업은 사라진다. 사람이 모이고 다양한 사업이 등장했다. 물장수는 아마도 가진 밑천이 없고 남은 것은 몸뿐인 사람들이 노동에 기대 생존할 수 있는 방..

[100일 글쓰기] #28 미싱은 잘도 도네

아침 집을 나서는 길, 유투브 랜덤음악의 꼬리를 물고 노래를 찾는 사람들 사계가 나왔다. 네티즌의 덧글 커뮤니케이션을 보면 그 음악에 대한 공통 정서를 알 수 있다. 미싱이 뭐냐고 묻는 덧글도 있다. 사람들의 자발적 감상글이 올라온다. 빨간꽃 노란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 나비 담장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도네 돌아가네 흰구름 솜구름 탐스러운 애기구름 짧은쌰쓰 짧은 치마 뜨거운 여름 소금땀 비지땀 흐르고 또 흘러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저 하늘엔 별들이 밤새빛나고 찬바람 소슬바람 산 너머 부는 바람 간밤에 편지 한장 적어 실어 보내고 낙엽은 떨어지고 쌓이고 또 쌓여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흰 눈이 온세상에 소복소복 쌓이면 하얀 공장 하얀 불빛 새하얀 얼굴..

[100일 글쓰기] #2 말대꾸 아니에요

어릴적에 세상에 궁금한게 많던 나는 질문이 많았고 말로 표현하는걸 좋아하던 애였다. 세상의 이치를 알고 싶었다. 그런데 '왜 ?"라고 물으면 따박따박 말대꾸한다는 핀잔을 듣곤 했다. 밖에 나가서는 말 많이 하지 말고 나서지 말라는 주의와 함께. 학년이 올라갈수록 질문하는 법을 잊었다. 선생님들은 말없이 시키는 대로 따르는 학생들을 모범생이라고 여겼다. '저 할말 있어요. 말대꾸가 아니라 의견입니다.' 오늘 발견한 집 앞 초등학교에 붙어있던 현수막이다. 이제 우리나라 인식도 변하는구나 싶어 반가웠다. 그래, 얘들아 하고 싶은 말하고 자유롭게 표현하고 살렴. 1.9장

[100일 글쓰기] #1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 있고... 1987년에 발표된 정수라의 '아!대한민국'의 첫소절이다. 하늘의 조각구름이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가사가 30년 후에는 낮선 일상이 되었다. 3월에 제대로 된 하늘을 본 적이 없다. 뿌연 회색먼지 띠로 그득한 하늘은 외출이 두려울 정도로 위협적인 호흡 컨디션을 제공했다.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하늘이 푸른색이다. 하늘이 보인다는 이유로, 뭉게구름이 떠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적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한 것이 되는 날을 맞이하고 싶다. 1.8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