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다움 인터뷰

1%의 디테일로 패션을 완성하다 - 누로 조재선 대표

코치 박현진 2018. 1. 20. 19:51

밋밋한 셔츠에 버튼 커버를 달자 포인트가 확 살아난다.
패션의 완성은 디테일이라는데 이 말을 확인시켜주는 순간이다.
1%의 디테일을 책임지는 아이템을 탄생시킨
서울여성공예센터 더아리움에 둥지를 틀고 있는 조재선 대표를 만났다.


Q. 누로의 브랜드 뜻과 작품을 소개해주세요.
누로(NOORO)는 소말리아어로 '직관'이라는 뜻입니다. 사유나 분석을 거치지 않고 대상을 직접 파악하는 것인데요, 아티스트들은 대부분 그렇게 날카로운 직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삶 속에서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예술가의 직관으로 그 니즈를 충족시켜주고 싶습니다. 소말리아인들은 NOORO를 알라의 선물이라고 말하지만, 저에게는 작은 제품 하나까지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 저의 NOORO입니다.
핸드메이드 맞춤 악세서리로 시대에 맞는 공예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재료는 금속, 칠보, 유리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합니다. 핵심 아이템은 버튼 커버고요, 거기서 파생된 악세서리도 만들고 있어요. 주문 후 제작에 들어가는 1:1 맞춤 제작방식으로 한 분의 고객을 위해 정성을 다해 만들고 있습니다.

다양한 디자인의 버튼 커버

셔츠 앞단추는 물론 소매 단추에도 착용 가능하다.


떼었다 붙였다 하는 특징을 살려 반지 팔찌 등의 악세사리로도 연출 가능하다.


Q. 버튼 커버는 흔치 않은 아이템인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건축을 전공하고 관련 일을 했어요. 건축일이 꽤 하드한데 육아와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프리랜서로 전향하면서 공예를 배웠어요. 작은 공방을 내고 작업 활동 하면서 대학 등 교육기관에서 공예를 강의했어요. 학교 다닐 때부터 공모전 관심이 많아서 공예 공모전을 유심히 살폈어요. 버튼 커버로 2014년에 서울여성공예창업대전에 공모했는데 ‘대상’을 수상했어요. 창업 지원을 해주는 공모전이어서 자연스럽게 창업의 길로 이어졌어요.

 버튼커버를 착용한 박원순 시장

 그다음 해부터 북부여성발전센터의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서 첫 사무실이 생겼어요. 사업자는 냈지만, 첫 1년은 거의 창업교육만 받았어요. 창업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거든요. 사업기획서 쓰는 법부터 상표/디자인 등록 등의 지식관련, 세무관련 등 기초부터 차근히 배워나갔습니다.


Q. 공예와 IoT를 콜라보한 색다른 실험도 하시는 것 같아요.

2015년부터 ‘사물인터넷 융합 디자인 협동조합’에서 이사로 있어요. 블루투스 업체, 웹 개발 등의 IT 업체가 모여서 만들어진 협동조합이에요. 대학교 창업교육 갔다가 만난 분이 저에게 제안을 해주셨어요. 사물인터넷과 공예의 콜라보라는 것에 호기심이 생겨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제어하는 조명 등 여러 시제품을 만드는 중이고 NFC나 비콘을 활용한 악세서리를 시도하고 있어요. 

스마트폰으로 조명 색, 밝기 등을 콘트롤하는 조명. 시제품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다.

NFC로 다양한 디지털 이미지를 디스플레이할 수 있는 스마트 패션 악세서리


* 비콘(beacon)은 근거리에 있는 스마트 기기를 자동으로 인식하여 필요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무선 통신 장치이다. 블루투스 비콘(Bluetooth Beacon)이라고도 한다. 비콘은 최대 50m 거리에서 작동할 수 있다. 비콘 기술을 이용하면 쇼핑센터, 음식점, 박물관, 미술관, 영화관, 야구장 등을 방문한 고객의 스마트폰에 할인 쿠폰이나 상세 설명 등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 NFC(Near Field Communication) 는 10cm 이내의 근거리에서 작동하는 무선통신인데 교통, 티켓, 지불 등 여러 서비스에서 사용할 수 있다.



Q. 디자이너는 늘 창조를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으세요?
책이나 영상물을 보기도 하고요,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건축적인 요소를 가져와 공예 디자인에 적용하기도 해요. 스케일의 차이가 있더라도 '디자인'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으니까요. 버튼 커버는 남편이랑 뮤지컬 영화 ‘애니’를 보다가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영화에 남자 주인공 워벅스가 나비넥타이를 하고 오는데 셔츠에 버튼 같은 게 있는거에요. 호기심에 찾아보니 버튼 커버라는 악세서리가 있더라고요.


Q. 공예 대전 대상 수상 이후로도 꾸준한 전시 참여와 다양한 지원사업의 대상자로 선정 되셨네요. 내게 맞는 지원사업을 찾는 노하우가 있나요?
지원사업은 장단점이 있어요. 사업 계획서 형식과 절차에 맞는 서류를 준비하느라 꽤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제가 하는 작업은 우선 비용이 드는 편이어서 지원금 사업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케이스 제작도 기본 단가가 높아서 지원금이 없으면 시도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해보고 싶은 것을 망설임 없이 할 수 있어서 장점이 큰 참 고마운 제도에요. 협동조합에서도 시제품을 제작하는 데 도움을 받았고요, KOTRA에서 해외진출을 위한 지원을 받게 됐어요. 해외전시와 인증을 받고싶은데 계획대로 되면좋겠네요. 좋은 바이어를 만나 지속적인 판로를 개척하고 싶어요. 그 모든 것을 저 혼자 하기에는 힘든 부분인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어떤 사업이 되었든 제일 중요한 건 처음 물꼬를 잘 트는거에요. 저는 서울여성공예창업대전이 시작이었어요. 하나를 잘 해내면 그 기관에서부터 엄청난 정보가 쏟아져 와요. 요즘은 지원사업도 홍보 마케팅, 홈페이지 제작 등 세분되어 있어요. 찬찬히 살펴보면 나에게 맞는 지원사업을 찾는 노하우도 쌓여요. 홈페이지도 지원사업을 활용해 제작했습니다. 여성능력개발원에서 7명의 공예작가에게 지원금을 주는데 제가 1기로 선정되었습니다.

하이서울우수상품어워드 선정 - 누로의 대표상품 버튼 커버 홍보영상 제작 지원


Q. 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어떤 거에요?
시간이에요. 일과 가정이 쪼개지니까요. 우선순위는 가족인데 균형을 맞추려면 제가 시간을 쪼개야 해요. 그러다 보니 잠을 줄이는데 급노화가… (웃음) 밤새면서 서류 쓰고 작업해서 결과가 나오면 또 뿌듯해지고 성취감도 생기니까 계속 도전해보는 거죠. 다행이 남편이 지원자가 되어 주었어요. 같이 건축 설계를 해서 서로의 일에 대해 이해도가 높아요.


Q. 대표님에게 창업의 의미는 어떤 거에요 ?
자아실현이요. 건축할 때 워낙 하드한 일을 하다 보니 저를 몰아쳐서 일하는데 익숙해졌나 봐요. 집안일도 하드하게 해요 (웃음) 그렇지 않으면 일을 안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열심히 해도 눈에 잘 안띄는 집안일 보다는 성취가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 있다는걸 느껴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창업 강의도 진행한다.


Q. 올해의 목표는 어떻게 정하셨어요?
완전한 독립입니다. 작년 후반부터 홍보마케팅을 시작했어요. 올해는 오프라인에서 페어에 참여하고 온라인 마켓을 운영하면서 인지도를 쌓아가려고요. 버튼 커버가 국립중앙박물관, 청와대, 세종시청사, 역사박물관 기프트샵에 입점해 있어요. 비즈니스호텔 등으로 진출하고 해외시장으로도 판로를 개척도 하려 합니다. 아무래도 유럽에서 유래된 악세서리다 보니 주 고객은 해외에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강의를 했는데 올해도 시간만 허락되면 꾸준히 진행하고 싶어요.

공예 강의 중인 조재선 대표

홍보/마케팅의 일환으로 공예 관련 정보를 다루는 유튜브 페이지를 개설했다.


Q. 마지막으로 미래에 대한 포부 한 말씀 남겨주세요

음. 별 시련 없이 잘 늙어갔으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일 하고, 건강하면 그게 행복인 거 같아요. 언젠가는 세상의 모든 공예를 체험할 수 있는 DIY 공예 카페를 만들고 싶어요. 인간은 손을 사용해 무엇인가를 만들면서 행복을 느낀다고 하는데요, 제가 만드는 카페가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한때 서점가에서 '디테일의 힘'이라는 경영책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사소한 1%의 부족이 전체를 좌우할 수 있다는, 작지만 ‘치명적인’ 디테일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디테일의 힘은 비즈니스뿐 아니라 패션에서도 적용되는 것 같다. 소매 끝, 셔츠 앞 단에 달린 버튼 커버로 센스있는 패션 감각을 선보일 수 있다. 언젠간 누로의 버튼 커버가 남성들의 비즈니스 센스를 대변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 본다. 유럽의 전통 악세서리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하게 된 버튼 커버 아이템에 동양적인 디자인으로 해외의 바이어를 사로잡겠다는 그녀. 버튼 커버 하나하나에 들이는 시간과 정성을 보면 곧 그날이 오리라는 기대감이 든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누로가 되는 날을 응원한다.


누로 홈페이지 : http://nooro.co.kr/



'누로' 조재선 대표 프로필 

2005-2009   
누로공방 한국, 일본 아트클레이 공모전 입선 
2006-2007
인사동 아트센터 및 도쿄 신미술관 전시 
국제공예트렌드페어 참가
2008
국제 도자 장신구 공모전 입선 
2008-2013
중앙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숙명여고 등 특강 강사활동 
2014
서울여성공예창업대전 ‘대상’ 수상 
2015
‘NOORO’ Brand launching 
‘서울여성 공예분야 판로 및 성장 지원사업’선정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문화상품 선정
‘공예가 맛있다’ 서울역 전시 ‘서울여성공예창업축제’ 시민청 전시
‘사물인터넷 융합 디자인’ 협동조합 이사 취임 
2016
국제 핸드메이드페어 참가 
서울여성공예페어 참가
2017
핸드메이드페어 참가 
하이서울우수상품어워드 선정 / 메가쇼 참가
대한민국 산업기술 R&D대전 참가 




본 인터뷰는 북부여성발전센터를 거처 간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북부여성발전센터의 의뢰로 진행된 인터뷰입니다. 

원문: https://blog.naver.com/bukbuwomen/2211878637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