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 6

[상추쌈 프로젝트] 키가 크니 키를 맞춰줘야지

고추대와 토마토 모종일 적 동네에서 꼬챙이를 얻어다가 지지대로 묶어줬다. 어느새 이들의 줄기가 꼬챙이 둘레를 능가하더니 키도 커버렸다. 애초에 굵고 긴 대에 감아줬으면 이런 귀찮은 일이 없었겠으나 초짜 도시농부는 미처 알지 못했나니. 대는 동네 화방에서 쫄대 3미터짜리를 세등분으로 나눠달래서 9개를 마련했다. 토마토의 성장속도는 놀라워서 저 세그루 주변은 울창한 숲이되어버렸다. 토마토에게 1미터짜리 대가 무색하다. 내친김에 웃자란 상추랑 깻잎을 첫 수확한다. 야들야들 아삭아삭 아 신선하여라.

일상의 기록 2012.07.07

[상추쌈 프로젝트] 저들의 색을 찾아간다

다시 몇달 전으로 돌아가 기존의 상추를 뽑고 새 상추 모종을 심는다. 흙도 무려 세포대나 사서 섞어주었다. 이번에 추가된 녀석들로는 곰취, 깻잎, 풋고추다. 상추도 신종으로 2종 추가로 심었다. 상추를 성공리에 키우고 났더니 자신감이 쫌 생겼다. 상추밭이 이러는 동안 옆에 토마토와 청양고추는 이렇게 제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꽃이 피면 그들이 맺을 열매 생각에 두근거린다. 새 상추 모종을 심고 며칠이 갔을까. 모종 옆에 새싹 상추가 빼꼼히 올라왔다. 어디서 날아와 싹이라도 틔운걸까? 곰곰히 보다가 알아차렸다. 며칠전 상추밭을 갈면서 뽑아버렸던 예전 상추였던걸. 뿌리를 뽑아 거름삼아 땅에 대충 뉘어놨는데 그 중 한 놈이 뿌리를 낸거다. 그걸 나는 새끼 모종으로 착각한거고... 생명이 무릇 강하구나....

일상의 기록 2012.06.26

[상추쌈 프로젝트] 안돼, 꽃이 피다니!!

식물의 목적은 열매를 맺고 다음 생을 만든것이고 이 꽃을 피우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야 열매를 맺고 다음 생을 준비하건만. 무릇 그러하건만 텃밭에서 예외가 있으니, 내 상추, 내 쑥갖에선 꽃이 피우면 안되는거다. 어쩐지 애들이 질겨진다 했어. 쑥갓은 몇잎 뜯어먹어보지도 못하고 억세져서 손을 못쓰게 됐다. 며칠 방치끝에 이녀석들은 드디어 기를쓰고 대를 뻗대더니 꽃을 피우고 말았다. 용서해라. 너의 꽃질에 기뻐하지 못하고 밭을 갈아 엎음을 선택한것을. 대신 거름으로 써줄께. 그래, 먹을 만큼 먹었어. 마지막 잎까지 그날 비빔밥의 재료로 들어가버리고 초토화 됨. 해질녁 찍고나니 더 황량하구만.

일상의 기록 2012.06.18

[상추쌈 프로젝트] 삶의 뿌리는 키만큼 깊도다

5월 15일에 가져다 심은 모종들이 어느정도 자랐다. 식물이 참으로 놀랍다. 야들야들한 잎이 바람에 찢기면 어쩌나 노심초사한 마음이 무색하다. 보름남짓만에 저렇게 풍성한 잎으로 변모하다니. 가장 키우기 만만한 상추라 해도 사람 일생으로 치면 순간에 푸른 청년이 되어 버렸다. 내친김에 토마토 모종도 심어봤다. 노란 꽃도 피웠다. 저들의 꽃 하나가 하나의 토마토 알을 키워내는 것이겠다. 꽃 한 송이에 토마토 한 알이라 생각하니 눈물겹다. 자그마한 모종들을 심고 가꾸는데 유독 잡초들이 눈에 띈다. 상추들이야 내가 가져다 심었으니 이들의 존재는 내가 갖다 꽃은 것이고 애초에 있지도 않고 내가 가져다 심지 않은 식물들이 눈에 띈다. 잡초라 불리는 것들이다. 질기기도 하지 누구의 시선과 관심도 받지 못하는 것들이 ..

일상의 기록 2012.06.04

[상추쌈 프로젝트] 상추를 키웠을 뿐인데...

여러 그룹을 알게 된다 페이스북에 상추가 잘 안자라요 라고 올렸다. 도시텃밭을 키워드로 몇군데 그룹에 초대되었다. 초대된 그룹에서 예전에 한번 스친 인연을 알게 되었다. 신기한 온라인의 세계. 아침에 일어나 잡초를 뽑고 물을 준다 뭔가 돌본다는것이 일상이 되면서 아침, 저녁의 규칙적인 퍼포먼스가 생긴다. 잡초는 대체 얼마만한 속도로 자라는지 무서울 정도고 내 식물들도 그들과 흙의 양분을 놓고 고군분투하기 여념없다. 관찰력이 늘었다 잎이 나고 꽃이 피고 꽃이 지고 열매가 맺히는 신기한 과정을 관찰한다. 꽃이 어떻게 지고 열매가 어떻게 맺게되는지 그 상세한 과정이 신비롭다. 식물의 순환 주기를 관찰중인 상태가 참 즐겁고나.

일상의 기록 2012.06.04

[상추쌈 프로젝트] 복부인 땅 투기하듯 야금야금 텃밭 넓히기

4월에 심은 상추가 3주 정도 지나 수확을 하게 되었다. 혼자 한끼를 만족할 만큼 넉넉하게 수확되는것을 보자 나는 새록새록 욕심이 생겼다. 토요일 아침 날을 잡아 밭을 갈기로 한다. 그래봐야 1평좀 될까 하다만, 삽질을 한다는건 육체적으로 정말 고단한 일이다. 윤기와 양분이라곤 전혀 없는 단단한 모래흙에 공기를 넣고 거름을 섞겠다는 일념으로 난생처음 자발적 삽질을 한 삼십여분 하고나니 온몸이 근육통으로 아우성이다. 삽질하는데 복근이 땡기는 이유는 뭘까 싶다. 마치 윗몸일으키기 40번을 1분에 끝내고 난 후 약 30분이 경과했을 무렵 나타나는 아릿한 통감이다. 기존의 상추밭 옆에 슬금슬금 땅을 팠다. 공동으로 쓰는 벽 없는 작업실에 내 물건을 조금씩 밀어넣으면서 야금야금 공간을 넓히는 기분이랄까. 땅투기 ..

일상의 기록 2012.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