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다움 인터뷰

[저자 인터뷰] '느리게 살아서 즐거운 나날들' 원소영 저자 편

코치 박현진 2013. 8. 19. 11:00

1. 현재 하시는 일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꿈을 구체적으로 디자인하는 중입니다.
제 책 제목처럼 느리게 천천히 하고 있어서 지금 현재는 정해진 일이 없네요.
프로방스로 떠나기 전에 했던 방송작가 일을 계속할지도 망설이고 있습니다.
몇 군데서 함께 일하자는 제의가 있었지만, 다시 힘들게 빨리빨리 살아야 하는 일이 두려워서 거절을 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천천히 사는 사람은 솔직히 자리를 잡기 힘들지요?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일은 책읽기와 글쓰기입니다.


느리게 살아서 즐거운 나날들
국내도서
저자 : 원소영
출판 : 책이있는풍경 201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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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책을 쓰게 된 이유
프로방스에 살기 시작한지 1년쯤 되었을 무렵인가요?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기 시작하자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가 고이기 시작했습니다.
프로방스의 기억들을 저만의 것으로 묻어두기에는 아깝다는 욕심도 생겼고요.
아마, 알퐁스 도데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남프랑스 도시, 님 출신인 도데는 파리생활을 접고 이곳 프로방스로 내려와 살면서
<풍차방앗간 편지>라는 단편집을 썼습니다.
그는 아를에서 8키로 떨어진 퐁비에유 마을 언덕에 있는 풍차방앗간에 방을 얻어서 살고 있었는데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담은 것이 바로 <풍차방앗간 편지, Lettres de mom moulin>입니다.
이 단편집 안에는 여러분이 잘 아시는 ‘별’과 ‘아를의 여인’이 들어있지요.
프로방스에 살기 시작하면서, 저는 도데의 마음을 이해했습니다.
그곳은 가슴에 차오르는 수많은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이었으니까요.
하나 덧붙이자면, 알퐁스 도데보다 뒤늦게 1988년에 쓰여 진 피터 메일의 <나의 프로방스>도 저를 자극했습니다.
그는 프로방스 집값을 올려놓은 장본인이기도 한데요.
그가 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프로방스에서 살겠다며 몰려와서 그렇답니다.
안 그래도 날씨와 풍경이 좋은 프로방스는 프랑스는 물론이고 전 유럽 사람들의 로망인 곳인데요.
책이 히트하면서 전 세계 사람들이 프로방스에 집을 사면서 집값이 껑충 뛰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피터 메일의 책은 참 사소하고 잔잔합니다.
편안하고 부드럽고 재미있는 책 안에는 프로방스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더군요.
그와 똑같이 책을 쓸 수는 없겠지만, 저도 사소하고 잔잔한 재미가 있는 책이라면 쓸 자신이 있었고, 쓰고 싶었습니다.
그가 영국인 남자의 시각으로 프로방스를 바라보았다면 저는 한국아줌마의 시선으로 프로방스를 보고 느끼고 쓰고 싶어졌습니다.
그밖에 프로방스는 수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한 곳입니다.
피카소와 세잔, 고흐, 마르셀 파뇰, 알베르 카뮈, 마티스, 르느아르, 장 콕도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예술가들이 프로방스에서 그들의 예술혼을 불태웠지요.
그들은 왜 프로방스를 사랑했을까요?
그 이유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하는 것도 제가 책을 쓴 이유 중 하나입니다.


 



벙투산에서 싸이클리스트들과 




세잔의 그림이 있는 레로브 전망대





3. 책 한 줄 정의 
느리게 살아서 행복한 인생.
여유를 갖고, 욕심내지 않고, 따뜻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 인생은 저절로 행복해 집니다.



▲ 캘리그래피 _ 석산 진성영 작가



4. 프로방스를 여행하는 여행객에게 이것만은 경험했으면 하는 곳을 추천하신다면요?
1.프로방스를 사랑했던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따라다녀 보기
 

2.카페에 앉아서 파란하늘의 구름을 세어보고,
햇살아래 책을 읽거나 메모처럼 짧은 글이라도 무언가 추억으로 남을 글을 써보기.

3.프로방스 특산품인 분홍빛 로제와인 마셔보기

4.여름에 프로방스를 여행한다면, 라벤더꽃밭에 놀러가거나 라벤더축제에 참가해보기.

5.프로방스 메종에서 머물러보기
. 우리나라 민박집처럼 샹브르 도뜨를 찾아가 보세요.
수영장이 있는 곳도 많으니까, 프로방스 메종에서 느긋하게 늦잠을 자고 오후에는 수영도 즐기세요. 


▲ 라벤더꽃밭에서

6.지중해로 놀러가기. 자동차가 없다면, 버스를 타고 마르세유 해변을 찾아가도 됩니다.
니스나 칸 같은 지중해 도시를 여행할 때는 꼭 바다를 즐겨보세요.

7.프로방스 중세마을 구경하기. 고르드나 생폴 드 방스 같이 아름다운 마을을 둘러보세요.

8.여행 전에 프로방스의 축제를 찾아보고, 여행일정을 축제와 맞춘다면 더 특별한 프로방스 여행이 될 수 있을 겁니다.

9.전통시장 둘러보기. 아침시장에서 올리브나 빵을 사먹어 보고, 골동품시장에서 손때 묻은 물건들을 구경해 보세요.

  


▲ sud축제를 끝내고



5. 책 쓰기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으세요? 혹은 소재를 찾는 나만의 저장 창고가 있으신가요?  
여행과 책읽기 그리고 사람들과 만나서 수다떨기.
-제가 프로방스에 살기 시작하면서 다시 느려지다 못해 게을러졌는데요.
남편과 프랑스 남서쪽에 위치한 페리고르 지방으로 여행을 갔다가 문득 떠오른 영감이 있었습니다.
당장,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지요. 스토리는 소개할 수 없지만, 제 마음에 쏙 드는 이야기였답니다.

-책을 읽다가 영감을 얻는 분들은 저 말고도 많을 거예요.
저도 찌리릿한 느낌과 함께 영감을 받으면 얼른 메모를 합니다.
게을러진 탓에 당장 이야기를 꾸며내지 못했지만... 괜찮은 소재들을 많이 모아놓았지요.



▲ 꽃시장에서 도린,델리나와 함께

 

-모든 일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사소한 이야기 속에 엄청난 사건과 진실이 들어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과 만나서 수다 떠는 일을 좋아합니다.
주로 남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요. 아직 수다쟁이 기질을 못 버려서 그런지 제가
쓸데없이 수다를 떨다가 기운이 빠질 때도 많습니다.
그래도 수다는 즐거운, 저의 힘이고, 제가 영감을 얻게 되는 원천입니다.



6. 저자 스스로 꼽은 책의 베스트 챕터, 단락을 꼽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마지막 43번째 프로방스 편지. 알베르 카뮈가 살았던 마을 루르마랭을 찾아갔던 이야기입니다.
꽤 공들여서 쓴 편지예요.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여행편지와 예술편지보다 봄부터 겨울까지 쓴 편지.
그곳에서 지지고 볶고 살았던 편지가 더 마음에 듭니다.
원래 책을 준비하면서 55통의 편지를 썼는데요.
편집과정에서 12통의 편지가 잘려나가고 43통의 편지만 실렸습니다.
물론 편지에 쓰지 못했던 이야기도 많았지요. 5년을 살았으니까요.
제 친구가 뽑은 베스트 단락은 59페이지...

‘왜 모든 것을 빨리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조바심에 젖어있었을까?
왜 느리게........ (중략) 천천히 걸어오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인생일 텐데.’ 도 제가 좋아하는 구절입니다. 


7. 앞으로 쓰고 싶은 책이 있으신가요?
프로방스를 특히 제가 살았던 도시 엑상프로방스를 무대로 한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꼭 그곳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가 아니고요. 그곳을 모티브로 단편이나 중편을 쓰고 싶어요.
미리 썼던 것도 있는데요. 세상에 나올 수 있는지는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 저자의 집에서 친구들과 홈파티




8. 작가님의 꿈을 알려주세요.
제 꿈은 미래형이 아닙니다. 그냥 작은 행복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삶을 사는 겁니다.
어쩌면, 소극적인 제 꿈은 벌써 이루어졌는지 모릅니다.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하고,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에 만족해하면서 사는 것이지요.
제가 프로방스에서 느리게 천천히 살면서 작은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는데요.
우리나라에 돌아와서도 그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예를 들어, 친구들을 만나서 같이 맛있는 밥 그러나 비싸지 않은 밥을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는 순간이 즐겁고요.
밥값이나 찻값을 내면서 ‘아! 참 좋다.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는데 큰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렇게 가끔 친구와 밥 먹고, 차 마실 여유만 있으면 얼마나 행복한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앞으로도 그냥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무엇을 하겠다고 크게 포부를 갖는 것보다,
소중한 사람들과 정을 나누면서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는 소박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글은 또 다시, 제 가슴에 차오를 때 쓰고 싶고요.


▲ 페이롤앙프로방스에서 중세축제

 


9. 그래도 못 다한 말을 남겨주세요.
만약에 저처럼 외국에 나가서 살게 된다면, 그 나라의 말을 꼭 배우세요.
언어는 문화를 아는 기본이자 시작이니까요. 그리고 원론적인 이야기 같지만 평소에 영어공부를 해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학교를 졸업하고 거의 어학공부를 안 했는데요.
처음 프랑스에 도착했을 때, 후회를 많이 했습니다.
프랑스어는 그렇다 치더라도 진작 영어공부를 할 걸... 하고요.
저도, 제가 외국생활을 하게 될 줄 몰랐거든요. 물론 바쁘게 사느라 영어공부를 할 여유도 없었고요.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오는 것처럼, 평소에 외국어공부를 해 두시면...
저처럼 어느 날, 해외생활을 할 기회가 왔을 때 유용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