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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4 질문의 힘

코치 박현진 2017. 4. 14. 19:58

우연히 유투브로 충남도지사 안희정과 김어준 총수가 등장한 영상을 보았다. 2010년 충남도지사에 출마하는 안희정을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인터뷰를 했는데 그 당시 안희정이 펑펑 울었다는 회고가 있었다. 도대체 중년 남성을 ,그것도 도지사에 출마하겠다는 후보자가 인터뷰하면서 펑펑 울었다니 무슨 일이었을까? 


김어준이 집요하게 한가지 질문을 했다는데, 그 질문이 결국 안지사의 눈물을 터뜨렸다고 한다. 안지사는 2004년 11월 26일, 노무현 후보 캠프의 불법 대선자금수수의 총책임자로 징역 1년을 받고 감옥에 갔다. 질문의 요지는 노무현 때문에 감옥 갔고 이후 어떤 보직도 없이 야인으로 보낸 세월이 억울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의례적으로 정치적인 답변을 하다가 같은 질문을 네번째 받을 때부터는 최면에 걸린듯 스스로 질문을 하게 되었다고. '진짜 내가 왜 그랬지?' 그리고 정제된 답변 대신 합리적 이성을 뛰어넘는 답이 그의 마음속에서 나왔으리라. 

나는 이 영상에서 질문의 힘을 봤다. 사고의 전환을 만들어 주는 질문,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는 질문, 가슴 속 감정을 만나게 해주는 질문이 있다. 질문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만약 김어준이 작정하고 들이댄 집요한 질문이 없었다면, 그저그런 출마 홍보용 인터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오랫만에 공들여 읽은 인터뷰였다.

2.75장



결국 초반 5분의 영상에 이끌려 인터뷰 전문을 찾아 보게 되었다.

평생 훈련된 정치 언어로 정제된 답변. 아마 비슷한 질문에 비슷한 답변을 해왔을 게다. 그리고 본인도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를 스스로 그렇게 정리해두고 있었을 게다. 하지만 인간이 명분과 논리만으로 모든 난관을 이겨낼 순 없는 거다. 

안희정: 대선자금 수사에서 총대 메고 혼자 감옥 갔지만, 그 놈이 대통령과 맺어졌던 의리와 우정과 신념을 변치 않고 잘 버텨서, 5년이 끝나면, 그 끝나는 순간이 저는 제가 시집가는 날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김어준 : 거꾸로, 그렇게. 
안희정 : 예. 그게 2004년도 감옥에 가서 했던 나름의 마음공부였어요. 

김어준 : 글쎄요.(폭소) 지금이야 다 지나고 나서 하는 얘기지만. 당시에는 씨바 왜 나만 좆 됐어!(폭소) 
안희정 : 하하하하하...맞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그래도 그렇게 생각을 하기보다는...(한참을 생각하다) 그냥 대통령이 난 좋았어요.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명분과 논리로 현상을 설명하는 데 평생 익숙했던 그 자신도, 처음으로 깨달았던 게다. 그 이유를. 

김어준 : 노무현이 그렇게 좋았나 봐요? 
안희정 : 예. 대통령한테 도움이 되는 길이 있다면 뭐든지 할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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