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커뮤니케이션의 곤혹스러움

코치 박현진 2010. 8. 9. 09:34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스킬,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커뮤니케이션이 난무하는 시대, 소통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가장 객관적일 수 있는 언어가 과연
객관적인 사실을 얼마나 진실에 가깝게 전달할 수 있을까?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에 관심을 갖고 있던 중, 관련 강의를 들으며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우리의 말을 타인이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

우선 간단한 실험을 했다.
두 명이 짝지어 앉은 테이블에 각각 종이 두 장씩을 나눠준다.
동그라미 세개 ○○○ 네모 세개 □□□  세모 세개 △△△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린다.
단 혼자만 보고 상대에겐 노출하지 않는다. 형식과 크기의 제한은 없다. 

잠시후, 옆 짝에게 자기가 그린 그림을 말로 설명하라는 미션을 받는다.
순간, 나는 복잡하고 기하학적으로 그린 내 그림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큰 네모가 있고 그 네모 안에 왼쪽 아래 모서리에 삼각형이 두 변을 마주하고 있는데....
나는 자신없는 말투로 변, 면, 꼭지점.....이래가면서 일단 열/심/히 설명했고,
상대도 열심히 듣고 그려댔다.

설명에 의지해 미션을 수행하고, 서로의 결과를 봤다.
아뿔사....설명을 참 잘했다 생각했는데 눈앞의 광경이라니...


내 짝의 그림 - 설명을 들은 나의 그림. 단순한 형상화이기에 그나마 표현이 쉬웠다.



내가 그린 원본그림 - 내 설명을 듣고 그린 상대의 그림.
애초 어떤 형태도 아닌 기하학적인 내용을 설명에 의존해야 했을때, 결과물이 거의 처참하다. 
추상적인 대화를 할 때, 발생하게될 혼돈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 □□□ △△△ 공통분모를 가졌음에도.
우린 상대의 크기, 위치, 조화를 자기나름대로 상상하고 해석했다.
그리고 각자 참 잘 설명한다고 생각했고, 참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단지 도형 몇 개 설명하는데도 그러할진대,
실제로 우리 삶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커뮤니케이션들은 진실에 가깝게 전달되었을까? 
사회적, 이성적, 정치적 관계에 따른 비선형적인 경우의 다양함,
거기에 '감정'이라는 요소까지 더한다면...
내가 뱉어낸 말들은 나의 것이 될 수 있을까?

경력이 쌓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소위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이 형체도 없는 어려운 행위 많이 하게 된다.
차라리 기대를 높게 갖지 말고(원, 네모, 세모를 3개씩 그려 넣었다는 정도의 기대치)
복잡도는 낮게 단순함은 최대치로 설계를 해버리는 것.
그것이 오히려 현명한 생활인일지도 모른다.

음악으로, 그림으로, 영상으로, 몸짓으로 표현하는 예술인이 아닌 이상
나는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표현 수단인
글과 말을 벼르고 벼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