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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민미술관 '탁월한 협업자들' 전시 연계 - 정영두 <언어를 이용한 움직임 창작 워크숍> 참관후기

코치 박현진 2013. 8. 20. 01:10



7월 더위가 한창일 무렵, 광화문에 나갔다가 정오를 갓 지난 무더위를 피할겸,
오랫만에 전시도 볼겸 해서 찾아간 일민미술관.
유독 눈에 띄는 영상 작품을 보고 그대로 꽃혀버린,
서도호의 '함녕전 프로젝트'에 퍼포먼스를 보인 정영두라는 아티스트를 발견했다.


안무가 정영두는 1990년대 극단 ‘현장’에서 마당극을 하며 연극배우로서 활동을 먼저 시작했으나 연극을 하는 과정에서 몸의 가능성에 관심을 갖게 된 후 무용을 전공하고 두댄스씨어터를 설립하여 많은 작품을 선보여 왔다. 안무가로서 스스로가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협업 체제를 통해 작업해 오는 만큼, 그는 스스로 유연한 협업의 영역을 실천하고 이해하고 있으며 타인의 예술적 언어들을 이해하는 섬세함으로 김소라 작가, 정기용 건축가 및 기타 여러 전시 프로젝트들의 퍼포머로 참여해왔다. 작업 구상과 고민, 움직임에 대한 성찰을 담은 노트와 많은 무보들이 창작 및 협업 과정의 아카이브로 제시된다.
일민미술관 홈페이지에서 발췌 : http://www.ilmin.org/exhibitions_projects.php?page=current


이 소개가 인상적이어서 인터넷으로 그 사람의 정보를 찾았다.
공연특성상 자료가 남아있기도 어렵고, 공연 리뷰 또한 귀하다.
더 많은 정보가 없음에 아쉬워하다  전시 연계로 워크샵을 진행한다는것을 알았다.
긴 기다림 끝에 오늘, 참가하게 됐다.









원래는 프로젝트를 틀어놓던 한쪽 공간을 워크샵 장소로 내놓았다.

미술관에서 워크샵을 위해 과감한 시도를 한것이다.
시간이 되자마자 어색한 침묵사이로 간단한 스트레칭을 통해 몸부터 풀게했다.
그리고 잠깐의 소개시간이 이어졌는데 무용학과에 재학중인 학생,
무용치료사부터 여자친구를 따라왔다는 남친,
8분 후에 뭔가 한다길래 기다렸다가 왔다는 남자,
고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신체를 활용해보고 싶다는 선생님,
연극을 하는데 우연히 참여하게 된 남녀커플 등 다양했다.

첫번째로 움직임에 스토리를 생각해보라고 했다.
첫번째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들 호기심은 있어 참가했으나 뻘줌함은 어쩔수 없었나보다.
사실 서로 눈치 보느라 참 지루한 초반이었다. 과감히 무용치료사분이 나서주어서 지루한 침묵이 단축되었다.
그리고 그 몸짓을 이어 그 다음사람이 자세를 만들고, 이전 사람은 제자리로 돌아간다.
또 그 다음사람... 이렇게.
그리고 마지막에 다같이 한자리에 모여 그런 자세를 만든 이유를 이야기했다.
참 재밌게도 예측한 스토리가 나왔다.



두번째는 스토리와 상관없이 구성적으로 움직이라는 것.
두번째 팀이 움직였고, 그 또한 다양한 모양새가 나왔다.

이후 정영두 작가의 요구에 따라 표현하는 몸짓을 해보였다.
세운 물통을 표현해보세요. 누운 볼펜을요,
다음 쌀쌀하다를 동작해보세요.
오글거리다, 파랗다, 갸우뚱, 보라색, 나무, 흔들리다, 위축되다, 쯧쯧쯧, 후후후, 푸르다, 일렁이다.....
이 단어들을 각자의 흥으로 몸짓을 하는데 이런생각이 들었다.
감정을 텍스트로 표현하는 것조차 익숙치 않은데 그걸 몸으로 하는건 산을 넘는 것 같았다.
'쯧쯧쯧' 에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시간의 소감을 설명하는데 실체가 보이는것은 표현이 그나마 쉬웠다면 보이지 않는 것, 관념적인것에선 막혔다.






그 다음 스텝.
종이를 나눠주고 한 두문장을 쓰라고 한다.
그 문장을 어절로 분절하고, 그대로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더위를 헤치고 광장으로 나왔다.' 를 썼다면
더위를/헤치고/광장으로/나왔다. - 이걸 분절로 몸으로 표현하는 것.
단어 하나하나가 공간과 몸동작 하나를 모두 담고 있어야 했다.



십분의 연습시간을 주고 모두 발표를 하고 워크샵을 마치기로 했다.
아, 정말 어려웠다.
더위를 잘 헤집고 광장으로 나오는걸 겁나게 잘 표현하고 싶었으나,
머리를 벽에 비비적 온몸으로 비비적 대다가 무대 가운데로 튕겨 나오는거 말고는 할 수 없었다.
다른이들은 처음 뻘줌하던 그들이 맞는가 싶을정도로 놀라운 표현을 보여주었다.

각자 소감을 발표하는데 몇몇은 자신을 발견한것 같았고, 또 몇몇은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것 같았다.
모두 신선한 경험으로 신체감각을 하나씩 발견한것 같았다.

정영두 작가는 마지막으로 한가지 팁을 주었다.
볼펜을 표현할수 있고, 볼펜의 마음을 표현할수 있어요.
그 외에 볼펜을 바라보는 삼자를 표현할수도 있고요.
사물의 다각도로 살펴보면 몸이 표현하는 공연예술을 좀더 깊게 감상할 수 있을거에요.

비실대는 체력으로 인해 몸이 건강이 거의 전부인 것을 깨닫는 여름.
몸의 기능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이어져서 반갑다.
몸은 참으로 귀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