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푸드테라피

[고마실]센티, 방뺌 기념파티 후기

코치 박현진 2013. 1. 29. 01:44



>> 마실 보기 


2007년 집을 나왔습니다. 
나오면서 장담했지요. 집에 들어올 일은 없을 거다.  
해외로 나가든 결혼이라도 하게 될 거라 생각해서였죠. 

2013년.... 집에 들어가야 합니다. 
독립생활의 종지부를 찍으며, 돌아온 탕아를 맞이하듯 귀가를 허락해준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4번째로 살게 된 집은 너무너무 포근하고 따듯하고... 여기서 사는 한 달 동안 무척 행복했습니다. 
이곳에서 난데없이 기간제 채식인이 되었습니다. 
어차피 내 시간 내 맘대로 쓸 수 있으니 밥도 내가 먹고 싶은대로 해먹습니다.
간단한 식물성 요리를 하면서 집에서의 자급자족적인 일상의 평화로움을 경험합니다.
오랜 방황을 마치고 탕아의 귀환 전 '방뺌 기념 파티'를 엽니다.
자의반 타의반 독립생활을 마치는 기념 집들이입니다. 
날마다 새로운 채식 메뉴를 개발하는 창의적 레시피도 나눕니다.
식사는 고기살점이라곤 눈씻고 찾아봐도 없는 현미채식으로 준비합니다.  가볍고 거친음식을 경험해보세요.

아차차. 프로그램 있습니다.
1부_ 채식밥 천천히 맛을 느끼며 먹어보기.
2부_ 생활바자회(너무나 멀쩡한, 취향이 다해 쓰지 않는 물건 가져오세요.) 
3부_ 동네산책 (소화 시켜야죠)  


뭐 그렇습니다... 심심해서요. ㅎㅎㅎㅎ



이사, 별것 아닌일인데 심심한 이유를 붙여 집들이 이벤트를 만들어버렸다.

(어차피 내가 만든 플랫폼인데 뭐 어때 하는 마음 절반 포함.)

평소 볕이 잘 들어 좋다는 나의 소개와, 채식체험중이라는 독특한 경험을 버무려

채식을 먹을 수 있는 집들이라는 소개에 지인이 무러 5명이나 방문하였다.




대부분 불을 가하지 않고 간단한 샐러드 위주라지만,
1인이 홀로 밥상을 꾸리다가, 5배의 음식을 해야 한다는건 은근 신경쓰이는 일이다.
양이 모자라면 어쩌지? 재료가 겹치면 어쩌지? 대부분 처음 만드는 건데 실수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들.
그러나 나의 솜씨를 믿고 그냥 도전~~
대부분 익숙한 채소이고 잘 자르면 그뿐인것.




조금 일찍온 게스트에겐 처음 만나면 뻘줌할테니 각자 명찰만들어 가슴팍에 붙이고 친해지는 시간을 갖기로.

책에 관심 많은 처자들은 엎드린 채로 독서삼매경에 빠졌고...

돕고 싶어하는 그녀들에겐 쪽파를 다듬으라는 미션도 주었다.

살짝 데쳐서 찬물에 헹궈주고 파말이도 시켰다. ㅎㅎ

가내수공업 모드가 되어 열심히 파를 말며 친해졌을거야. ^^





드디어 나의 요리가 공개된다.

묵 무침, 고구마 졸임, 두유마요네즈, 들깨 버섯전골 , 심지어 내가 담은 동치미까지.

한번 혹은 이날 처음 해본 요리다. 그리고 모두 다 국내산이다!!!





음식을 먹을 때는 아무 소리도 없다.  열심히 먹느라.
만든 음식에 집중하는 침묵이라면  호스트로서 므흣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이후는 신나게 떠들고 웃고 잠시 누워 등을 지지고 후식 챙겨먹고 수다떨고 그 일의 반복이었다.

내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프로그램은?
먹고 떠드는 가운데 잊혀졌다...

이번 집들이에 힘입어 방이 나가면 그 핑계 삼아
빨리 방을 팔아 준 '복덕방 헌정기념 파티'를 또 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