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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미술관 대표작가전 [이기봉 - 흐린방] Cloudium 을 보고

코치 박현진 2012. 5. 22. 23:25

2012 아르코미술관 대표작가전
[이기봉 - 흐린방] Cloudium






색이 없다. 어둠과 빛만이 있을 뿐.
경계가 없다. 흐림과 아닌것만이 존재한다.

다가갈 수 없는 흐린 것에의 열망
절망하는 마음으로 인내로 기다리면 안개가 걷히고 흔적을 보여줬다. 

섬득했다. 산발한 채 흔들리는 여인의 머리카락 같기도 했고, 
부분적으로 거대한 코끼리의 움직임 같기도 했다.
혹은 그저 버드나무 가지의 살랑거림 같았다.

완전한 심연, 인내를 갖고 관찰해야 그 형상을 조금 내어주는. 
그 노력이 없다면 안개 속에서 꿈처럼 사라져버릴..

나머지는 실루엣을 미루어 내가 만들어 상상한다.




화창한 날, 마로니에 공원을 찾았다. 아르코 미술관에서 전시를 봤다. 
입구가 반지하이기도 한데다가 작품이 빛을 별로 필요로 하지 않았는지 어두웠다.
바깥은 매우 환하고 밝은데 암실 같은 곳을 들어가기가 썩 내키진 않았다.
대충 둘러보고 나와야지 싶었는데 어느 설치물을 발견했다. (위 사진에 나오는 작품)
일종의 무대가 설치되었고 만약 공연이 열린다면 무척 재미없을 것이었다. 무대 앞을 보도록 의자도 마련되었다.
성큼성큼한 발걸음으로 스무폭쯤 되는 너비로 겉면은 유리창이고 그 안에 어떤 물체가 있다.


이 작품은 매커니즘은 단순했다.

유리 안쪽에 천천히 회전하는 나무가 있고. 수증기가 서서히 공간을 채웠다가 사라졌다 한다. 

관객으로서 가만히 앉아 작품을 보고 있자면 안개의 짙고 옅음에 따라, 

물체의 회전 각도에 따라 안에 내용이 보였다 말았다 한다.

버드나무 가지로 추측은 하지만 움직임에 따라 그것은 늘어진 가지같기도 하고 

거대한 코끼리의 그림자로 보이기도 하고 그냥 천조각 나부랭이 같기도 하다. 


문득 저것이 우리가 탐구하려는 내면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의 천복과 
천직을 찾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귀울이는 것.
외면과 내면의 경계사이 인내의 담아 깊게 관찰해야 내면의 형상을 마주볼 수 있다는 것.
오랜 관찰과 관심과 집중을 쏟아야 겨우 발견할 수 있는 그것.

현재 나의 관심사에 비추어 사물을 보았더니 전시도 그렇게 연관을 찾게 된다. 
근래 드물게 감정이입하여 본 작품이었다.  


작가인터뷰 동영상을 봤다. 경험에서 온 것을 중시하는 사람인듯하다.

작가의 작업장에서 애매함을 느낀다고 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인지, 집에서의 아빠인지, 그림을 그리는 작가인지…
명료한 건 없다. 최종적으로 모호한게 아름답다고 생각. 탐구해나간다.
모든 것을 흐리게, 윤곽을 지우고 싶다. 애매하게 사라질 마음의 한구석…그런 상태를 좋아한다...








전시관람 : http://www.arkoartcenter.or.kr/nuri/bbs/bbs.php?pidx=1319419627406&didx=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