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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그 이름 들어는 봤나, 퓨전 좁쌀 파스타 스프

코치 박현진 2009. 12. 7. 18:17

2009.11.06
나바레테-나헤라 : 21km



어제밤 전화벨 소리에 깼는데 창문이 어찌나 잘 봉했던지 낮인지 밤인지 알 수가 없다.
그때가 12시. 한국에서 송교수님이 건 전화다.
한국에서 7시좀 넘어서니 교수님이 어지간히 일찍 아침을 시작하신다.
잘 다녀오라는 안부 메세지를 전하시는데 뭉클하다.
3년 후 이 길을 걷고 싶다고 하시는데 내가 선 경험자가 되었다.

다시 발바닥 통증과 근육통이 찾아온다. 물집에는 이제 피가 고였다.
그냥 호텔방에서 퍼지기로 했다. 조금 늦게 출발하면 어떠하리오.
오늘 걸어야 할 킬로는 16 킬로미터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해가 중천에 뜰때까지 뒤비적 거리다 나왔다. 비는 또 추적추적 내리고 아흥~~ 판초를 뒤집어 썼다.


안녕하세요?
뒤를 돌아보니 거북이 부자 아들분이다.
첫날 생장에서 헤어지고 중간에 소식 한 번 전해 듣고 처음 만났다. 이렇게 만나니 반갑다.
어제 나바레테 알베르게가 문을 닫아 4키로를 더 가서 벤토사를 갈까 했으나
체력이 바닥나 포기하기를 잘했다. 한 시간 반을 가서 도착한 벤토사 역시 알베르게가 문을 닫았다.
호텔이나 있을까 싶은 작은 마을이었다.



어제 나바레테 길부터 포도밭이 무성한데 모두 수확하지 않은 모양이다.
걔 중엔 무척 굵은 알도 보이길래 몇 개 따먹었다. 다시 수렵, 채집의 일상화다.
휴식을 취하고 2시 앞으로 13킬로가 남았다. 해질녁에나 도착하겠다.
나헤라 가는 길 좀 어렵다. 길은 평탄하지만 어느 순간 화살표가 나오질 않는다.
숲길은 끝나고 어느새 고속도로로 나와 걷는데 한 2시간을 넘게 노란 화살표 한 조각 못 보았다.
게다가 주로 지나가는 차들은 대형 트럭이었다.
그것들이 쌩쌩 달리면 어찌나 큰 소리와 바람이 몰아치는지 공포스럽기까지 할 정도다.

돈데 에스따 나헤라? 나헤라 알베르게? 월 킬로미터? 투 킬로미터?... 수십 번을 물어가며 도착했다.
아 그런데 해가 저물어가니 체력이 또 바닥나고 있다.
저 멀리 마을 불빛은 하나씩 켜져가고 발은 돌덩이로 변해가고,
앞으로 일 킬로미터인지 이 킬로미터인지 가늠할 수도 없고....
이를 악물고 겨우 마을로 들어섰다.




순례자 차림으로 헤메는 나를 보더니 어느 노인분이 나를 끌고 데려다 주신다.
여든은 넘으신 것 같은데 그분 발걸음 보다 내 발걸음이 더 느리다. 어라 이 마을 좀 정감 간다.
로고르뇨처럼 대형 건물과 슈퍼가 들어선 것도 아니고 간간히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눈에 띈다.
특히 알베르게 가는 다리를 건널 때 아래로 흐르는 하천과, 공원들이 마음에 들었다.
아마 두어 시간 일찍 왔더라면 저기 앉아서 충분히 멍 때리는 시간을 가졌으리라.
기부금으로 운영하는 알베르게. 5유로를 기부했다.

"아이고, 이제 오셨구랴."
이번에는 거북이 부자의 아버지였다.
반가움에 악수를 청하신다.

내일의 일용할 바게트를 마련하기 위해 가게를 찾아 나서는데 판매대에 놓인 파스타가 눈에 들어온다.
태권브이가 나에게 남기고 간 신라면 스프 3개가 겹쳐지며 매콤한 상상을 한다.
저녁 라면 스프에 좁쌀알만한 파스타를 넣고 끓였다.
문득 먹다 남은 츄러스를 넣고 끓이면 고기 국물 맛도 날 듯 하여 투하했다.
원래 라면 국물을 마시고 싶었는데 끓이다보니 국물을 졸아들어 어설픈 리조또 스타일이 되어갔다. 

그럴싸한 맛이 났다. 오랜만의 매운 맛에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감동하며 먹었다.
역시 센티는 어디 가서 음식으로 고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상상하던대로 코리안 쿠킹이 되었으니 이건 요리라고 칭해도 좋으리라.




2009 santiago de compost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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