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획&기록/한국

눈으로 덮힌 곰배령 산행기

코치 박현진 2012. 1. 16. 09:31
올해 내가 해야 하는 것. 여행을 자주하기. 
일 핑계로 해외여행할 기회는 잦았는데, 정작 국내는 소홀해도 한참을 소홀했다.
나름 여행콘텐츠로 먹고 살겠다는 사람이 제주도도 2년 전에 처음 가봤을 정도니
국내 지리에 무식한 정도는 더는 말하지 않는 편이 좋을 듯하다. 

올해 나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 국내 여행 가이드에 도전하기
국내를 알지도 못하면서 웬 가이드냐고... 
자고로 일로 배워야 잘 빡시게 배워진다는게 나의 지론인지라 
국내 트래킹 전문 여행사에 실습을 자처했다.




당일치기 트래킹으로 '곰배령'을 다녀왔다. 막내 가이드 역할 실습을 하면서.
예전 기록을 살펴보니 2005년 5월에 곰배령을 한번 다녀간 적이 있다.
대학 때 등산 동아리에서 어울려갔던 2박 짜리 야영이었다. 
십여명 정도 일행이 꽤큰 배낭을 꾸리고 텐트 나눠지고 음식 담아서 점봉산에서 시작해서 곰배령을 넘었다.
몇미터 고도마다 들꽃이며 나무들의 종류가 달라지는 생태환경에 감탄했었고
곰배령 꼭대기에서 한참을 맞았던 시원한 바람이 오래 기억난다.
고지에 오르던 중 야생에서 자라는 곰치 나물밭을 발견하고
몇 개 따서 코펠에 남은 찬밥에 고추장 넣고 비벼먹었다.
산타기 베테랑 선배들이 없었으면 그게 깻잎인지 곰취인지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지금도 가장 맛있었던 비빔밥은 그때 그 나물 비빔밥이었다.
그 당시도 곰배령은 외지의 손을 덜 탄 자연의 상태가 남아있었던 곳이었다.




초록의 곰배령을 생각하는데 고객중에 유독 낫이 있은 분이 있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십수년 전에 수업을 들은 적 있는 대학 은사님이다. 
이렇게 또 십여년 만에 인연을 만나다니...
실습 가이드로서 후미에 서서 올랐다.




바람에 따라 눈밭에 결이 생겼다. 키가 크던 나무들도 이쯤 와서는 골만 높이로 작아진다.




눈이 한번 오면 120cm씩 온다고 한다. 다져진 길을 벗어나면 눈이 무릎까 빠진다.
약 두시간 반 정도 올라가면 곰배령이 보인다. 바람이 하도 불어 곰배령에는 나무도 없다.
올라갈때는 견딜만하던 온도가 위로 올라가면 무서운 바람으로 휘몰아친다. 땀이 고드름 되게 생겼다.




사진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 설명이 될까 모르겠다. 위 사진은 계곡에 얼음이 얼고 그 위에 눈이 쌓였다가
날이 풀리면서 부분적으로 해빙된 상태다. 그 위에 눈이 내리고 날리고 하면서 마치 '슈가파우더'를 뿌린듯하다.



곰배령 트레킹을 최초 소개한 분이 승우여행사 대표이사다.
한 십여년 전에 국내 온갖 곳을 다니면서 곰배령을 발견하고 '들꽃이 많은 곳' 으로 메모를 해뒀단다.
수년이 흐르고 국내 걷기 좋은곳 추천 해달라는 요청에 이곳을 소개 하며
언론에 알려지기 시작한 후 곰배령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단다. 

십년 전만 해도 버스도 들어오기 어려울 정도로 비포장 길에 주민도 적게 산다.
이 마을의 이름이 '설피마을'인데 겨울에 눈이 많은 지역이라 
'설피'라는 눈길용 덧신 없으면 다니지 못할정도로 필수품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만큼 순수 산골에 청정 지역이다. 요새는 곰배령을 소재로 한 가족드라마도 방영하는 모양이다.
 


[주의사항]
- 점봉산 생태관리센터 사전 등록을 하고 입구에서 신분증을 보이고 패찰을 받아야한다.
- 이전 등록하고 나타나지 않는게 2회면 영구 입산 금지 조치다. (쎄다)
- 눈이 많다. 반드시 아이젠을 착용해야 한다.
- 따뜻한 물을 보온병에 준비해간다. (겨울에도 땀은 흘린다.)
- 정상에서는 김밥같이 응축된 음식보다는 초콜릿 같은 당도 높은 행동식이 좋다. 



생태관리를 철저히 하는 편이다. 입산 희망자는 무조건 생태관리센터에 사전신청을 해야한다.
하루 300명만 입산이 허가가 되므로 신청도 선착순 마감이다.
또한 사전신청을 하고 나타나지 않는 것을 2회 하면 영구 입산 금지조처다. ㅎㅎ 
점봉산 생태관리센터 http://supannae.forest.go.kr/main/index.asp 











세월도 꽤 흘러 이젠 팬션이 하나둘 들어섰고 강원도 산골의 오지마을같지는 않다.
그래도 마을 입구까지는 겨울깊은 산 속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유지하고 있었다.
오장환 시인의 '산협의 노래'가 어울리는 마을이다. 


산협의 노래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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