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일기

고잉 그레이

코치 박현진 2020. 11. 12. 23:42

#1

코치들과 화상으로 스몰톡을 하다가

귀에 꽂히는 단어가 들렸다.

 

'고잉 그레이'.

 

흰머리를 염색으로 굳이 감추지 않고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인스타그램에는

#고잉그레이

#going_grey

해시태그로 수만 건이 검색되고,

올해 5월에는 같은 이름의 책도 출간되었다.

자연스러운 자신의 모습으로 지내기로 하며 앞머리의

몇 가닥 흰 새치를 고잉 그레이한지 반년 남짓 되었다고 한다.

한 뼘 정도 되는 길이로 자란 새치는

빛을 받으면 몇 가닥의 반짝임으로 진화되었다. 그

런데 갑자기 소개팅하게 되었고

뿌염을 하느냐 마느냐의 고민이 생겼다고. 

 

 

#2

일찌감치 머리가 하얘진 엄마는

수년간 염색을 해왔다.

1~2주에 한 뿌염을 하느라

염색약 부작용에 시달렸다. 

 

몸에도 해로운 뿌염을 그만하라는

나의 성화에도 아들 장가가는 날 초라해 보이고 싶지 않다며

검은 머리를 고수했다.

막내아들 결혼시키고 나서 일년이 지나서야 고잉 그레이 대열에 들어섰다.

 

흰머리가 되서 늙어 보이면 어쩌냐며

그렇게 고민하더니

막상 염색기가 사라지니

오히려 뿌리만 하얀 것보다

더 세련미 넘치는 헤어스타일이 되었다.

 

오늘 아빠와 놀러 가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흰 자켓에 검은 선글라스, 새빨간 입술을 한 채

새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찍은 모습은

마치 중년 여신의 포스가 난다. 

 

 

#3

엄마에겐 그렇게 쿨하게 염색하지 말라고 해놓고

나에게 흰 머리카락 한 가닥이 발견되었을 때는

나도 모르게 꺄라락 이란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남의 머리 세는 건 아무렇지 않았는데

내 검은 머릿속의 흰 머리카락 한 가닥을 목격하는 건 충격이었다.

처음에는 호들갑을 떨며 뽑아버렸다.

 

얼마 전에 동생이 또 한 가닥 발견했는데

나는 그때 뿌리에 가깝게 짧게 잘라 달라 요구했다.

앞으로 또 발견되면 고잉 그레이하며 품어봐야겠다.

지금부터 한 두 가닥씩 고잉 그레이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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