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책리뷰

예술가처럼 자아를 확장하는 법

코치 박현진 2011. 9. 3. 23:51

예술가처럼 자아를 확장하는 법
10점




서점 갔다가 엄청 촌쓰런 포스를 발하는 책표지를 낚아챘다.
자아를 확장하기 위한 메타 자기개발서다. 이름 한번 재미나게 지었다. 

보통 사람들은 평생 '나는 누구인가' 라는 의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너 답지 않아, 
= 나 다운게 뭔데? 
허무개그 같은 문답이다. 그런데 이런 질문 안 해본 사람 몇이나 될까.
이 책은 예술가들의 '나 다운 행위'를 한 흔적을 찾아 분석한 기록이다.

 


자아 확장의 방법으로 '에고트립'이라는 개념이 있다. 
에고트립을 정의하기 위해 작가는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에서 도해한 인격의 구조적 관계를 차용한다.
자신의 존재감을 강화하고 자아를 확장하는 특정한 경험 혹은 행위 또는 습관.

작가의 재정의. 초자아의 건전한 작동을 전제로 전의식적(preconscious) 영역과 
무의식적(unconscious) 영역의 에너지를 증대시켜 지각-의식계(perception-consciouisness)로 드러나는
자아의 사회형을 강화하고 타인들로 하여금 그 사실을 인지토록 강제하는 일을 뜻함.

다시 내 식대로 쉽게 정리하면
'난 남들과 달라' 를 온몸으로 자신있게 보여주는 행위. 일단 튀어야 하고, 멋있으면 더 좋다. 

세상이 쫑나서 지구상에 나 혼자 사는게 아니라면
누구한테 내가 어떻게 보이느냐. 어떤 관계가 되느냐가 중요한 삶의 방향이 아닐까.
인간 두명이 모이면 정치가 발생한다. 그 핵심은 누구에게 더 집중하느냐의 권력 싸움 아닌가. 
삶의 에너지가 결국 주목받고 싶은 욕망에서 나오지 않는가.
그러나 대놓고 이슈가 되기엔 두렵고 주목받는 욕망은 포기할 수 없다. 
여기저기 소심한 에고트립들이 떠나지 않는 이유다.
예술가들의 뻔뻔한 자아를 빌려오고 싶다.

내가 행한 에고트립중에제일 파격적인게 있다면 '삭발' 이다.
(벌써 십여년전 일이니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언젠간 경험하고 싶었던 일이라 어느 새벽 잠을 깨어 삭발을 했다. 
다음날 아침. 아침밥 먹으라고 깨우러 온 엄마는 허연 두상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아니 내 머리를) 
눈을 비비며 재차 확인하더니. 비명을 질렀다.
'여보, 얘가 머리가 없어!!!' 그 덕에 일요일의 평화로운 아침은 식구들의 다양한 반응으로 씨끄러웠다.
나의 소심한 에고트립은 위대한 목적과 사회적 행위가 아닌
경험해보고 싶다는 오랜 충동으로 말미암아 가정에서 치뤄진 것이었다.
튀는건 두렵고, 안하자니 아쉬운 상태. 그래서 아주 소심하게 계산된 실행이 되었다.
그때 행한 삭발은 겨울이었고(다행히 모자를 쓸 수 있었고)
방학이었고 (봄학기 개강이면 아주 짧은 컷이 될테고)
딱히 사회활동을 안했다. (알바 안하는 학생 백수였으므로)

마침 교보문고에서 저자 강연회를 연다길래 찾아가 보았다. 
책에서 빠진 부분들을 이야기도 듣고 굉장이 재밌는 강연이었다.  
사실 쫌 하드한 부분도 포함되길 은근히 기대했는데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그 내용은 빠졌다.

무수히 많은 에고트립을 머릿속에서 기획하면서도 소심하고 용기가 없어 실행하지 못하는 독자들은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홀로 실행 해보고 만족해야 하는가? 
강연이 끝나고 이어진 질문과 답변에는 발언을 못하고 작가의 페이스북에 질문을 남겼다. 
간단한 답변이 돌아왔다.

'혼자 몰래 하다보면 결국 남 앞에서도 하게 됩니다.'

아, 오늘도 소심한 에고트립을 연습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