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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100일 글쓰기] #51 글쓰기 싹수

남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나는 학창시절 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중학교 때, 하루 조퇴를 하는 바람에 개근상을 타지 못했을 때 상장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허탈해 했을 정도였으니까. 그런 나에게도 그럴싸한 상장의 추억이 있다. 


 국민학교 5학년일 때 교내 독후감 쓰기 대회가 있었다. '오늘은 독후감 쓰는 날이니 써라' 라는 말에 최근에 읽은 책으로 감상을 적어야 겠다 싶었다. 단편적으로 기억이 나는건 "소공녀야"라고 시작하는 문장이었다. 소공녀에게 편지를 쓴거다. 그녀를 괴롭히던 주변인물을 같이 욕하기도 하고 그녀를 위로하기도 하며 친구에게 편지 쓰듯 써내려갔던 듯하다. 

 그 형식이 신선했던 모양이다. 담임 선생님은 아침 조회시간에 박현진처럼 감동적인 독후감을 쓴 학생도 없다고 했다. 며칠 후 나는 교내 방송에 출연하게 되었다. 매월 초 교장선생님 훈화말씀과 함께 하는 아침조회를 진행하는데 그때 최우수 상을 직접 수여받는 자리였다. 내 학창시절을 통틀어서 '상'하고 관련된 가장 큰 이벤트였다. 

 가끔 국민학교 때의 그 기억으로 글감이 막힐 때마다 셀프 위안을 하곤 한다. 오늘은 좀더 용기를 얻으련다. 오래된 책꽃이에서 그 증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 원래 글쓰기 싹수가 있었다니까!!


3장